아침부터 정종을 주전자에 넉넉히 부었다. 김이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의 거사가 어떤 결말로 맺어질 것인지를 점쳐보고 있었다. 곧게 오르다가 창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실바람을 만나면 회오리지면서 요상한 형상을 만들기도 했다.
‘8000계획’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한 과업이기에 김진일은 모든 것에 의지하여 나름의 예견을 해 보는 것이었다. 백 년도 더 된 조선의 병합 못지않게 중요한 순간임에는 틀림없었다.
반도의 VIP를 움직이는 일이기에, 그리하여 열도의 숙원을 이 땅에 깊이, 더깊이 심어 뽑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므로 김진일은 혼을 다 바치는 심정이었다.
이씨가 왔는지 1층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한 시간 쯤 전에 와서 아침을 준비하는 이씨 부인의 인기척은 아니었다. 마당에서 연장 만지는 쇠 소리가 들리는 것은 이씨가 무슨 일거리를 발견한 경우인 것이다.
김진일은 주전자의 정종을 들고 1층 주방으로 가면서 마당에서 괭이 자루를 다시 만들어 넣는 이씨를 불렀다. 먼저 와서 밥상을 차려 놓은 이씨의 아내와 셋이서 밥 반주로 정종을 권하며 얘기를 꺼냈다. 좀처럼 동석하지 않는 김진일에게 두 사람은 어색해 하면서도 다소 들뜬 표정들이었다.
“내가 형편도 되고 하니 이 지역을 위해서 무엇이든 봉사를 좀 하고 싶은데 젊은 사람들을 좀 모을 수 있겠소?”
김진일의 말에 이씨는 반색을 하며
“봉사라면 어떤 …, 자율방범도 있고 의용소방대도 있는데요. 아니면 다른 어떤 계획이라도 있으신지요?”
이씨는 원님 덕분에 나팔 부는 식으로 이참에 자신도 지역에서 체면을 세우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내 생각에는 농사일이나 직장 일에 지쳐 있을 테니 몸을 움직이는 것 보다도 일주일에 한번 쯤 모여서 토론하는 것도 배우고 올바른 정치에 대해서도 서로 견해를 교환하는 정도가 좋을 것 같은데 어떨런지 모르겠네. 그러다보면 그 가운데서 군의회 의원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물론 장소는 여기 1층으로 하고 다과라든지 가끔 회식은 내가 제공하도록 하지”
이씨는 아직 따뜻한 정종을 ‘홀짝’ 마시고는
“정말 좋으신 생각이십니다. 제가 동네 젊은이들을 몽땅 데려 오겠습니다.”
“인원은 처음부터 많이 욕심내지 말고 대여섯 명만 되어도 나한테 얘기해줘요.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말이야”
김진일은 간단히 식사를 끝내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이씨는 남은 정종을 홀짝이며 다 마시고는 술김에 곧바로 마을로 내려갔다.
이씨의 근무 조건은 매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잡일이 생길 때만 하면 되니까 부담 없이 개인적인 볼 일을 봐도 되거니와 이 일은 이씨의 개인적인 일이 아니었다.
마을의 젊은 사람 이래야 다 모아봐도 일곱 명이었다. 일단 면 단위 자율방범대장을 지내고 지금은 자율방범대 고문으로 있는 선배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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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댓글
드디어 활동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군요… 그기에 앞잡이가 되는 줄 처음에는 몰랐을 이씨와 그의 부인의 모습…. 순진하고 궁핍한 생활에 악인이 가면을 쓰고 보여주는 호의에 진심으로 응답하려는 모습이 복잡했던 혼란기 마다 있어왔던 내부의 적들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는 듯 합니다…그리하여 한나 아렌트가 한 말… 악의 평범성이 생겨나는 듯 합니다…
와, 흥미진진하게 들어가는군요. 8000계획이 뭘까 궁금해서 밤잠을 설칠 것? ㅋㅋ 같아요. 이씨 부부의 이 음모를 모르고 협죠할 생각하니. 아찔하구요. 소설의 결말이야 혹시 해피엔딩으로 가실지는 모르지만 중간의 일들이 궁금…다음편 기대합니다.
김진일의 행동은 지역 사회 깊숙히 파고들려는 강한의지가 보여집니다. 8000계획이 어떻게 펼쳐질지.. ㅋ 그 목표와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집니다. 이씨 부부의 협죠로 한발한발 영역을 넓혀가니. 인상적입니다.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작가님 머리 터지시는것 아닌지.. ㅋㅋ 다음편 보러 올게요
8000계획? 이름부터 심상치 않네요,. 김진일의 행동이 너무 완벽하고 계획적이라, 그 뒤에 더 큰 음코가 숨겨져 있을텐데 …음!! 이런자들이 정말 무섭다. 잘보고 가요^^ 작가님 화이팅
소설의 문체가 매우 섬세하고 묘사가 풍부하네요. 김진일의 심리 상태와 주변 환경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특히 정종을 마시는 장면이나 실바람이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장면 등은 마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에요^^ 이러한 문체 덕붅에 독자는 소설 속에 더욱 몰입 할 수 있는것 같아요^^ 담편도 기대!!!
만일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만일 김진일의 의도대로 뜻해도 되었다고 해도 결국에는 다시 시작되는 이 땅의 식민지의 고달픈 삶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일본이 그렇게 행복하게 살 수 도 없을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서양제국 누구 하나도 식민주의 시절 진정으로 행복했던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 아닌 구군가의 목숨을을 재물로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스스로 매몰되어서 경마장의 말처럼 오직 한 방향만 볼 수 있는 스스로 참 장애인이 되어 안 보인다고 안 들린다고 부수고 무너뜨리고 할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오로지 그 속의 일들만은 아님을 다시 느껴 봅니다…
윽 드디어, 김진일 이제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규나.. 이 인간이 앞으로 자기편으로 만들고 방패막이 되어줄 사람들을..
잘 보고 가요.
11화 연재 소설 바빠서 늦게 왔는데, 댓글 많이 달려있네요.. ㅋ 저도 열심히 소설 달리고 있는데 남주의 기가찬 계획이 점점 빠져들도록 잘쓰십니다..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으윽… 감정이입된다.. 김진일을 보니 나도 모르게 휘몰아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듯….
작가님… 몇화가 마지막인가요? 갑자기 궁금.. ㅋ 다쓰시고 조금씩 올리시는지 아니면 써내려가시면서 올리시는지…ㅋㅋ
그만큼 한번에 봤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요. 다음화도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합니다 다음화도 빨리 보고싶네요!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합니다 다음화도 빨리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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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합니다 다음화도 빨리 보고싶네요
재밌어요~
재밌어요~
참으로 재미나네요
다음화가 궁금합니다~
재밌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