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자(20)

by 서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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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달완이는 컴컴한 공간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해가 몇번을 뜨고 졌는지 알길이 없었다. 짐작할수 있는 것은 구석에 놓여있는 사각형의 큼직한 깡통에 대변을 세번 봤으니까 사흘 정도가 지나지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단무지와 밥은 대여섯 번 밖에 들여주지 않았지만 달완이가 배고픔을 느끼는 것에 비추어 볼 때 하루 두끼를 넣어준 것으로 생각되었다.
습하고 어두운데다가 자신이 뒤처리한 깡통의 악취까지 더하면서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달완이는 한 밤중에 산에서 내려오다가 건장한 두 사내에게 잡혀 승용차에 밀쳐 넣어진 것도 기억에서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지독하게 가혹한 공간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츰 자신이 원래 있던 곳이었던 것 처럼 저항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포자기속에서 되레 대담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이곳에서 자신이 죽음으로 결말이 난다해도 살아온 인생속에서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다만 홀로계신 할머니에 대한 걱정은 버릴수가 없었다. 정정하신 할머니의 생활력은 달완이 자신보다도 강하기에 걱정이 되지않지만 외로움을 이겨낼수 있을지가 무거운 걱정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존재가 할머니에게 있어서 오히려 짐이 될 뿐이라고 억지로 정리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암흑속에서 두려움이 수시로 엄습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낮 시간대에는 그나마 실루엣 처럼 몇 안되는 사물을 식별할수 있었다. 칠흑같은 밤 시간대의 두려움이 미명속에서 멀어져가는 것을 보면, 필시 모르는 곳에서 그 두려움의 씨앗이 싹트는 것이라고 생각 되어졌다. 마을에 귀농한 영진이도 처음에는 말이 없고 틀린것이 보여도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는데, 2년 쯤 지나서는 나서지 않는 곳이 없었고 심지어 마을 어른들과도 다툼이 있었다. 그러한 경우도 지금의 상황과 다를바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마을에 들어와서 아는것이 없을 때는 낯선곳에 대한 두려움이 작동하여 움츠리고 있다가 마을 사람들의 면면을 다 파악하고 난후에는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의 주장이 뻗쳐나오기 시작했던것 같았다.
달완이로서는 이들의 정체만 알수 있다면 두려움에 대한 부분이 정리되어질 것 같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짐작이 가는 곳이 없었다. 조폭쪽을 생각해봐도 국산조폭은 이렇게 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이런 방법을 쓰지도 않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야쿠자 쪽이 제일 가능성이 많은데, 남의나라에서 아주 사소한 일로 이렇게 사람을 송장 취급할 일은 또 아니라고 생각 되어졌다. 그렇다면 북한의 간첩단이 우리 지역에 대거 잠입해 있었던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우리 지역은 군사시설이나 국가 주요시설물이라고는 전무했다.
달완이는 죽을 각오를 하고 이자들에 대한 대응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문앞에 식사를 놓아둘 때 안으로 유인을 해서 죽을 힘으로 격투를 벌일까도 생각을 했다가 몹시 고통스런 신음 소리를 내서 가까이 오도록한 후에 똥통을 덮어 씌울까도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밥 한 그릇과 단무지가 진수성찬 처럼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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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댓글

아k오k 2025년 05월 07일 - 8:36 오전

1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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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나 2025년 05월 07일 - 8:41 오전

헉! 나쁜짓이 시작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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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560 2025년 05월 07일 - 9:07 오전

잘 보고 갑니다. 흥미롭네요

답글
터줏대감 2025년 05월 07일 - 11:03 오전

더욱 흥미진진하네요. 잘봤십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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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소리 2025년 05월 07일 - 12:27 오후

음… 달완이는 어떻게 될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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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철 2025년 05월 07일 - 12:44 오후

달환이의 심지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단단해 보이는 것 같아 외려 뭉클해 지는 것 같습니다…. 흔들리며 흔들리며 꽃을 피우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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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2025년 05월 07일 - 3:31 오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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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2025년 05월 14일 - 2:05 오후

21화 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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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2025년 05월 16일 - 10:14 오전

다음화도 빨리빨리..ㅎㅎ

답글
찐새임 2025년 05월 16일 - 10:15 오전

술술 읽히네요 ~~~ 21화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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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한입 2025년 05월 16일 - 10:15 오전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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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 2025년 05월 16일 - 10:16 오전

다음화는 언제 나오나요? 궁금해 미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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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이 2025년 11월 26일 - 9:14 오후

밥도 주네 ㅜㅜ 그래도 빨리 풀어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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