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자(28)

by 서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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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중근은 귀성이에게 달완이를 돌보게하고 재경이를 불러서 일찌감치 홍사장을 찾았다. 근무에 들어가기전에 만남으로서 업무에 지장을 주지않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만난 홍사장은 반갑게 맞으며 커피를 권했다.
“대장님 뵙기가 하늘에 별따기네요. 자율방범대장직을 내려놓으시고는 아예 활동을 접으셨나봐요”
홍사장은 파출소 안전위원으로 있는 관계로 중근의 자율방범대를 지원하면서 폭넓은 활약상을 익히 알고있는 터였다.
“사실은 좀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세상이 저를 가만히 두질 않네요. 곧 근무시간이 되니까 요점을 말씀 드려야 되겠습니다. 지금 제가 일본어 번역과 일본 문화에 대해서 꼭 도움을 받아야 될 일이 생겼습니다. 우리 동네 위에 골짜기가 있는것과 그곳에 이층집이 있는것을 아시잖습니까. 그곳에 일본 사람들이 몹시 위험한 일을 꾸미고 있는것 같습니다. 재경이를 시켜 그곳의 일부자료와 실내 사진을 찍어온 것이 있습니다. 보시고 판단을 좀 해 주십사하고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것입니다”
중근은 재경이가 들고온 일본어 자료와 휴대폰에 찍혀있는 사진을 보여주게 했다.
홍사장은 무슨 하찮은 일거리를 가져왔나싶은 표정을 하면서 여러장의 팩스용지를 훑어 보았다. 홍사장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는가 싶더니 표정이 점차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이 문건은 모두가 일본의 최대 국수주의 극우단체인 ‘국가기본문제연구소’에서 보낸 것이네요. ‘닛폰카이기’라고 부르죠. 그런데 내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미 상당히 진행된것 같네요. 문제는 국가 고위직을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VIP라고 여기 적힌것은 문맥으로 봐서 대통령을 뜻하는것 같네요. 자료가 좀 더 있으면 연관된 자들을 알아낼수 있을것 같은데 말입니다”
홍사장은 말을 그치면서도 무슨 생각에 빠져드는 표정이었다.
“홍사장님, 뭔가 심각함이 있는것이 맞죠? 우리도 촉으로 느꼈지만 틀림없이 엄청난 계략을 꾸미는것이 있다고 확신을 했습니다. 이만큼 확인하는 가운데서 달완이는 자칫 죽을 뻔 했습니다”
홍사장은 놀란듯이 눈을 크게 뜨면서 자신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게된 계기를 이야기 했다.
“내가 일본에서 일본우익단체들의 혐한시위를 보면서 여기서 오래 머물곳은 아니다 싶었죠. 제일교포로 살면서 부모님 세대는 한국으로 건너와서 먹고살길이 없었으니까 그것을 견뎌냈지만, 나는 한국의 경제적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죠. 물론 일본에서도 한국의 프로야구팀이 전지훈련을 오면 자원봉사 차원에서 통역도 해주기도 하고 보람있는 일들도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혐한시위대의 팻말에 적힌 글들을 보면 조선인은 짐승 이하의 취급을 하겠다는 것을 느끼게되죠.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글들이 적혀 있답니다. 모든 일본인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일본인의 과반이 잠재적 극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겁니다. 한반도에서 그놈의 극우를 또 만나게 될줄이야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오늘 현실에서 맞닥뜨리네요. 휴대폰에 찍어온 사진을 좀 보여 주시죠”
재경이는 준비해두고 있던 휴대폰의 사진을 홍사장에게 내밀었다.
“허허, 이 그림은 일본 천황가의 시조라는 태양신 아마테라스네요. 완전히 본부를 차렸구만. 우리 대장님 기질에 가만 두고 보지는 않으실테고,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면 저도 적극 협조해 드리께요. 멤버로 넣어두시죠”
홍사장은 중근의 의협심을 충분히 알고 있는터이기에 눈치 빠르게 제안을 했다.
“예, 홍사장님이 계시면 우리가 더욱 구체적으로 진행해 나갈수 있을것 같습니다. 어려울 때 또 찾아 뵙겠습니다”
두사람은 도원결의를 하듯 비장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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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강기철 2025년 10월 27일 - 9:25 오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길이 있는 곳에 늘 희망이 있었지요…. 간만에 보는 연작글이라 그 만큼 더욱 반갑게 보았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글 속이나 세상 속이나 매 일반 인듯 합니다. 작금의 일본 총리의 등장도 그러하고 국내에서의 뉴라이트나 친일 세력들이 꿈틀대는 것도 그러하고….. 광기의 트럼프도 그러하고…..
좋은 글 고맙습니다…

답글
무궁화 2025년 10월 29일 - 6:26 오전

일본 극우에게는 아직까지 임진왜란의 연장선~

답글
겨울나무 2025년 11월 24일 - 1:09 오후

잘 읽었습니다! 다음이 기대되네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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