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날 아침 중근은 홍교의 전화를 받고나서 한동안 침대에 쓰러지다시피 엎어져 있었다.
달완이의 할머니께서 사망 확인을 받고 영안실에 모시어져 있다고 했다.
비통함과 함께 자신이 달완이와 관련된 일을 빨리 추진하지 않은 결과라는 생각에 죄책감도 따랐다. 그 모든 감정은 오롯이 골짜기의 노인을 향해 극한 분노로 피어올랐다.
정신을 차리고 중근은 달완이 할머니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았다. 사망원인 조사 핑계를 만들어 홍교도 진작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달완이가 돌아오면 뭐라고 해야 될까요?”
홍교의 걱정스런 물음에도 중근은 한숨만 쉬면서 먼 산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어디서 어떻게 돌아 가셨다는거야?” 홍교는 핑도는 눈물을 억지로 눈에 가두고는 중근과 눈을 마주치지 안은 채 상황을 이야기 했다.
“달완이가 자주가는 동네 앞산으로 지팡이를 짚고 올라가셨나봐요. 달완이가 행방불명 되고나서 요즘 거의 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셨겠죠? 당연히 기력도 없으시고, 또 그 연세에 못 드시면 판단조차 흐릿 하실텐데 무리하신거죠. 신도로를 만든다고 산을 깍은 절개지에서 실족을 하셨나봐요. 도로와 절개지 최하단 사이에 쓰러져 있는것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가 신고 했다네요”
듣고있던 중근은 쏟아지는 눈물을 진정시킬수가 없었다. 웬지 그 순간에 중근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봐왔던, 로드킬을 당한 산짐승들의 모습이 한 컷, 한 컷으로 떠올랐다.
“아우님, 할머니는 달완이가 올때까지 병원 영안실에 모셔둘수 있도록 신경 좀 쓰시게나. 그리고 오늘 밤에 행동에 옮겨야 되겠어. 아우 셋을 모아 둘테니까 병원일이 수습되는대로 우리집으로 와 주시게”
홍교도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서슴없이 대답했다.
“예 형님, 어차피 달완이 할머니건에 제 소관도 연관 시킬수 있으니까 출장을 내고 가겠습니다”
중근은 집으로가면서 후배 셋을 즉각 모이도록 연락을 했다. 농촌의 젊은 농꾼들은 조기파종을 하기에 일찌감치 가을걷이를 하고 시간이 많을 때였다.
미리 언질을 주었던 귀성이와 재경이, 그리고 태환이는 기다렸다는듯이 먼저 거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뭐 내가 남의 집에 온 기분이네”
그 와중에도 중근은 굳이 농담 한 마디를 던졌다. 그것은 즉각 모여줘서 고맙다는 뜻도 있거니와 달완이 할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의 심정일것이기에 좀 차분하게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아우들, 모여줘서 정말 고맙다. 달완이 할머니와 관련된것은 전화로 얘기한것이 전부다야. 우리는 더 큰 피해가 생기기전에 조치를 취해야해. 그러기 위해서는 골짜기 노인의 정체를 밝혀야 하는데 오늘밤 아홉시에 행동개시 하도록 한다. 귀성이는 산을 잘 타니까 휘발유 반말을 들고 노인의 이층집 부속 건물에 불을 지르는데, 골짜기로 들어가지말고 산을 넘어서 왔다가 임무를 마치면 다시 산을 넘어 가도록 한다. 반드시 부속건물의 패널에 불을 붙여야 된다. 그래야 물을 뿌려도 불이 꺼지지 않고 시간을 벌어 준다. 그리고 재경이와 태환이는 마을에서 주민들과 출발해서 불을 꺼는것 처럼 하면서 노인과 젊은 두놈을 진화작업에 몰두하도록 해야된다. 그틈에 재경이는 이층으로 올라가서 휴대폰으로 사방 벽면과 특이사항을 휴대폰으로 찍고 가능한 서류를 최대한 표시나지않게 뭐라도 들고 나와야 된다. 내가 마을 주민들을 최대한 많이 동원해서 분잡하게 할것이야. 뒤이어 소방서와 경찰에서도 출동할것이고, 방화시간은 오후 9시! 알았지?”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계획을 다지고 있을 무렵에 홍교가 들어왔다.
“우리는 계획이 섰으니까, 아우는 경찰서에 있다가 출동하는 패트롤카에 탑승하고 오도록해. 9시에 방화계획이니까 약 10분 후에 119에서 자동통보가 가겠지. 모른척하고 와서 이층에서 증거물을 빼내오는 재경이를 근접지원 해줘. 출동 경찰들이 차량정리에 붙도록 유도하라고, 알았지?”
중근은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이런 느낌일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목숨이라도 걸수 있다는 결의가 솟구쳤다.
11 댓글
달완이가 무언가를 알게 된 게 틀림이 없고…ㅠㅠ 할머니까지 보복? 슬프다 슬퍼~
할머니 실족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닐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중근의 치밀한 계획이 통할까?
작가님, 필력 장난 아니네요 몰입도 최고!
반전이 있을 듯..
작가님..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ㅋ 써주세요 ㅋㅋㅋㅋㅋㅋ
몰입도가 너무 좋아서 순식간에 다 읽어 내려왔습니다….^^!.. 불을 지른다는 설정도 딱 맞는 설정이라 생각 됩니다. 어둠은 빛으로 밝혀야 하고 추위는 열로 녹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불 기왕에 탈 것 … 정말 활활 타 올랐으면 하는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방화의 계획이 잘 이루어지겠죠? ㅋ
23화를 난 이제 보네 ㅠㅠ 잘 읽었습니다.
재밌게 잘읽고 갑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할머니도 죽였나 나쁜놈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