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완이의 행방을 모른채 사방 팔방으로 수소문을 하던 중근은 결국 경찰서 홍교에게 정식 수사를 부탁했다. 골짜기의 노인을 관찰했던 사실과 그 노인의 수상한 점등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달완이도 야간에 노인의 집을 관찰했던것이 행방불명과 연관성이 있을 것이란 추측과 그 시기부터 건장한 젊은 청년이 두명이나 노인의 집에 머물고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용을 듣고난 홍교도 충분히 정식수사를 해 볼 건수라고 판단했다.
지능범죄 수사팀장인 홍교는 후배 형사들에게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할것을 부탁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경과된 어느날 홍교는 서장의 호출을 받아 서장실로 갔다.
“서 팀장! 왜 타부서의 애들한테 쓸데없는 일을 시키고 다니는거야? 국정원에서 전화가 왔어. 우리 애들이 자기네들 역사적 사업에 방해가 된다면서 말이야. 형사계에 물어보니 서팀장이 시켰다면서?”
홍교는 번개를 맞은것처럼 순간적으로 놀라움과 혼란이 왔다. 달완이의 행불 건을 부탁했을 뿐인데 국정원까지 등장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혼란스러운 가운데서도 일단 상황을 정리해야한다는 본능속에서 서장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 국정원이라는 소리에 시골 촌부의 행불을 설명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허튼짓을 하지말라는 서장의 질책을 한번 더 듣고는 서장실을 나왔다. 그러나 홍교는 서장앞에서의 다짐과 다르게, 도대체 국정원이 무슨 역사적 사업이 있다고 수상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인지 내막을 알고싶은 충동이 뿌리칠수 없이 밀려왔다. 하던 업무를 손도 대지 않고 의아한 마음으로 있다가 퇴근시간이 되는대로 중근이 형에게 달려갔다.
미리 상황을 대충 이야기 했기에 거실에다가 술상을 차려놓았다. 중근의 표정에도 깊은 의구심이 서려있었다.
“형, 이거 뭐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거 아뇨?”
“그래말이야. 이 촌구석에서 그것도 일본 냄새가 예사롭지 않은 노인을 국정원이 챙겨? 도저히 궁금해서 안되겠어. 우리 비밀리에 알아보자. 달완이도 행불된 마당에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보자구”
두사람은 내일 저녁에 체력이 좋은 후배 세명을 충원해서 팀을 만들기로 했다.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이기에 창밖에는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중근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사건으로 빨려드는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면서도 점점 오르는 취기에 맞춰서 의지도 끓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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