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자(26)

by 서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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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쿵덕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굴러 내려간 아래쪽에서 올려다 본 탓에 키가 엄청 커보였던 것이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분명 사람이었다. 귀성이는 사람들이 귀신불이라고 호들갑을 떨면 혼자서 마을 건너편 산밑에까지 확인하러 갈 정도로 담이 컸다. 건너 산 밑에까지 가서는 고급포장지로 쓰는 비닐을 들고온 적도 있었다. 유난히 빛을 맑게 반사하는 비닐이 바람에 일렁이면서 마을쪽 불빛을 반사시킨 것이었다.
“누구야!”
귀성이는 두려움을 떨치기위해서 일부러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경계태세를 갖추고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위로 올라갔다.
불과 2m 남짓 남겨놓은 정도에서 건들거리고 서있던 그는 옅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푹’하고 고꾸라졌다.
확실하게 사람인것을 확인한 귀성이는 얼른 다가가서 땅에 앉히듯이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다.
“누구세요?”
어깨를 잡고 흔들자 그자는 “으 으”하고 신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순간 귀성이는 그자의 몸에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달완아! 너 달완이지?”
“혀엉”
간신히 대답하는 달완이를 귀성이는 본능적으로 얼른 일으켜 세우고는 등에 업었다. 그리고 넘어지지않기 위해서 바짝 엎드린 자세로 산길을 내려왔다. 달완이의 발이 땅에 끌리며 돌부리가 있는 곳마다 ‘툭 툭’ 소리를 냈다. 귀성이는 달완이가 위험한 상태라는 생각에 자신이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올라왔던 길을 내려갔다. 경사가 급한 곳과 돌이 많은 위치를 레이더를 가동하는것 처럼 골라 가면서 초인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산에서 내려온 귀성이는 중근의 집으로 향했다. 달완이네 집으로 가봤자 돌봐 줄 사람도 없거니와 지금은 한곳에 집결해서 사후 대책을 의논해야하기 때문이었다. 귀성은 땀이 범벅이 되어 자꾸만 미끄러져 내려가는 달완이를 추스려 올렸다. 산모퉁이를 돌아 한참을 고생한 끝에 중근의 집에 도착했다. 급한대로 달완이의 입에 물을 조금 적신 후에 소파에 눕혔다. 그리고 귀에 입을 갖다대듯이 하고 속삭이며 말을 했다.
“달완아, 내 말 들리냐? 네가 어째서 거기 있었니?”
달완이는 기력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모기소리 처럼 말을 띄엄 띄엄 이어갔다.
“그… 놈들, …소머리… 굴…”
귀성이는 달완이에게 더 묻지를 않았다. 기력을 찾도록 편안하게 해줘야 될것도 같았고, 소머리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줄거리가 잡히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달완이를 만난 그 등대를 끝까지 올라가면 소머리봉이 나오는데 그곳에 굴이 있었다. 입구는 한사람이 걸어서 들어갈 정도로 좁은 편인데, 안으로 들어서면 서너평되는 둥그런 공간이 있는 굴이었다. 그 공간에서 다시 엎드려 들어갈 공간은 있지만 아직까지 마을에서 그기까지 들어간 사람은 없었다. 그 소머리봉에서 정월대보름에 달불을 놓던 시절에는 귀성이도 동네 형들과 여러번 들어가분 적이 있었다.
귀성이가 생각하기에는 그놈들이 어디에선가 달완이를 골병을 들인 다음에 굴속에다가 방치한 것으로 생각 되었다. 굳이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해결되고, 또 백골이 될 때까지 세상에 알려질 일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던 모양이었다.
귀성이는 달완이 신체에서 치명적인 상처가 있는지를 살펴 보았다. 군데 군데 멍자국이 있을 뿐 깊은 상처는 없어 보였다. 중근이 형님이 오면 병원에 데려갈 일을 의논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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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강기철 2025년 07월 28일 - 8:39 오전

아휴 깜짝이야…. 암튼 그래도 달환이를 만났으니 참 다행 한 일입니다… 그 지역의 작은 지리까지도 다 꿰고 있는 적은 참으로 위험합니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끝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휴~~ 이제 반격을 다시 준비 해야 겠지요… 고구마 줄기 엮듯이 그 죄상과 죄인들을 하나 하나 엮어 내야 겠지요…. 그래서 만천하에 명명백백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월요일 무거운 아침이 순식간에 휙 지나 갑니다… 고맙습니다…

답글
김기k 2025년 07월 29일 - 4:10 오후

와우~~~ 26화다!!

답글
이경수 2025년 07월 29일 - 4:10 오후

잘 읽고 갑니다!!

답글
최성희 2025년 07월 29일 - 4:14 오후

으…. 화가난다. 저렇게 해놓고 죽으면 자연사가 되도록….

답글
kkksss555 2025년 07월 29일 - 4:16 오후

재밌게 잘 읽었어요^^ 27화도 기대되요 ㅎㅎ

답글
shot7 2025년 07월 29일 - 4:17 오후

달완이 드디어!!!! 잘 봤습니다.

답글
sweet8 2025년 07월 29일 - 4:17 오후

작가님!! 27화는 언제?

답글
정미씨 2025년 08월 04일 - 12:25 오후

처음부터 봐야겠네요. 정주행!!

답글
WindWhisper 2025년 08월 04일 - 12:25 오후

26화 나왔구나. 선플 단후 읽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답글
sss222 2025년 08월 04일 - 12:26 오후

점점 흥미진진!!

답글
몽이 2025년 11월 26일 - 9:27 오후

달완이 살았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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