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근의 집에서 임무를 확인하고 이틀이 지난 후, 밤늦게 달완이가 중근의 집으로 헐레벌떡 찾아왔다.
“형님, 중근이 형님!”
다급한 목소리에 중근은 잠을 청하고 있다가 놀라서 뛰어 나갔다.
현관 문 밖에는 달완이가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전쟁터에서 적군을 일 만 명이나 해치우고 온 것처럼 얼굴에 자랑스러움과 흥분이 가득 차 있었다.
“봤어요, 봤어!”
달완이는 맨손으로 땀을 훔치면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달완아, 무슨 일인데 땀은 범벅이 되고 숨을 헐떡거리냐?”
중근이 다그쳐 묻자 달완이는 그제야 방금 전 2층 집에 같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형님, 제가 그 노인하고 어느 세월에 친해서 2층에 올라가 봅니까? 2층 집 뒤에 대나무 밭이 있잖아요. 그 대나무 밭이 산의 하부 기슭이라서 중간에 상수리 나무가 우뚝 솟아 있어요. 방금 그 상수리 나무에 올라가서 노인의 2층 방을 들여다 봤죠. 아, 그런데 형님이 기겁을 하고 싫어 하는 거 있잖아요. 일본 놈들이 국기처럼 사용 하는 거”
“일본 놈들이 국기 처럼ㆍㆍㆍ, 그렇다면 욱일기란 말이냐?”
“맞네, 빨간 동그라미가 있는 일본 국기 말고요. 고기다가 빨간 줄이 쭉쭉 나있는 그거 맞아요. 욱일기! 그것이 한쪽 벽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어요”
중근은 다리에 힘이 빠져 서있기가 힘들었다. ‘요즘 같은 태평 시절에 무슨 까닭으로 내 마을에 욱일기가 걸린단 말인가?’
중근은 달완이와 거실 소파에 앉아서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달완이는 냉장고에 찬물만 꺼내 마시면서 일체 방해를 하지 않았다. 중근이의 이름에 얽힌 사연을 수없이 들어서 알고 있기도 하거니와 평소 중근이는 일본을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한참 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난 뒤, 중근은 손으로 감싸고 있던 머리를 들고 자세를 고쳐 앉으며 달완이에게 진지하게 당부를 했다.
“달완아, 지금 골짜기의 2층 집은 뭔가 모르기는 해도 엄청나게 큰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노인에 관련된 것을 캐내기 위해 너무 무리한 행동은 삼가 하는 것이 좋겠어. 내가 경찰서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알아보도록 할께”
중근은 불길한 생각이 들면서 달완이의 안전이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명심이 강한 달완이는 완고한 자세를 취했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선 달완이는 중근을 향해 정자세를 하면서 자기에게 맞겨진 임무를 완벽히 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형님, 집 뒤쪽 대나무 밭 가운데 상수리 나무 위에서 관찰하면 까딱 없어요. 저는 그 노인이 또 무슨 수상한 짓을 하는지 계속 관찰 할 테니 걱정 마세요”
중근으로서도 설마 야쿠자 같은 폭력 집단에 연루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이상 달완이를 말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제일 교포 생활을 하는 가운데서 단순히 친일 성향으로 굳어진 노인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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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댓글
16화 1빠
잘 읽었습니다.,
16화 읽고 줄행랑!
Good!
기다렸어요
잘 읽고 갑니다.
잘 봤어요
좋아요
^^~ 17화 기다릴게요
와 나왔다!
김진일이 꾸밀 계략이 궁금궁금…
단숨에 정말 아주 단숨에 다 읽어 내려갔네요….임진왜란 때도 항왜가 있었고 일본에서 대한민국으로 귀하해서 크고 작은 공을 세운 일본인들도 있고 일본 열도에 살면서 만국평등과 인도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인물들도 있는 것을 알아 모든 일본을 다 싫어 할 수는 없으니 조심스러운 일이겠지요… 당분간 탐색전이 계속 이어질 것 같은데 또 무슨 어마어마한 일이 밝혀 질지 기대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요즘 이사 관계로 한동안 들러지 못했습니다.. ^^!
굿입니다
dh~~I rread it well.
I got it!
1화부터 정주행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