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자(4)

by 서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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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차 소리가 나는 듯 하더니, 관리인과 누군가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자주 듣던 목소리였다.
대학가에 살고 있는 부동산소개업자였다. 자신도 처음 건너왔을 때, 10km남짓 떨어진 대학가에 몇 년 임시 거주를 했는데 그때 친근하게 다가와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김진일보다 1년 늦게 전입을 했는데도 지금의 마땅한 집을 소개해준 사람이었기에 부동산업자의 정보력은 그들만이 가지는 흐름의 영역이 있다고 느꼈었다.
집을 소개해 줄 그때 쯤에 자신도 골짜기 안쪽에 밤나무 밭을 구입했다고  했었다. 오늘도 밤나무를 핑계 삼아 운동을 하러 온 모양이었다.
김진일 자신도 여러번 계곡 안쪽의 밤나무 밭을 가본 적이 있지만 사실상 할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밤나무 아래는 음지가 형성되는 관계로 잡풀이 자라지 못해 지난해 묵은 밤송이의 껍질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관리하는 것이 헬기로 공동 농약살포를 하는 것인데 그마저도 애써 하지도 않고, 심지어 인근 주민이 누구없이 수확해 가도록 버려두다시피 했다.
내려가서 인사까지 할 상대는 아니었기에 2층에서 내려다보고는 가볍게 손을 들어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런데도 그 부동산 노인은 김진일이 돌아설 때까지 친근한  표정으로 계속 올려다 보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온 김진일은 국가 요직에 대한 인사 문제를 진행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이 대화를 할 때는 도사인 양 치켜세워 주지만 김진일은 마음속으로 한낱 법사로만 여겼다. 어쨌거나 김진일과 같은 물에서 오래도록 어울렸기 때문에 우호적 인사들과 두루 연결이 되어 있었다.
“국방부를 장악할 타임인데, 좀 늦은 것 같지 않습니까? 병장 월급을 9급 공무원보다 높게 지급 되도록 하는 등 밑 밥은 충분히 뿌렸는데 말입니다.”
법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김진일이 원하는 답을 내어 놓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요. 국방부장관에게 지침을 내렸답니다. 육사의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도 그 작업의 일환입니다. 병사 용 정신교육의 교본에도 손을 좀 보라고 했으니 결과가 나오겠죠. 특히 ‘침탈’ 어쩌고 하는 것은 몹시 거북하니 ‘진출’ 같은 긍정적인 표현으로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독도 조형물도 정리가 될 것이고요. 스탭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열도의 총리께서 오실 때 쯤이면 선생님의 체면이 서고도 남을 겝니다.”
“나를 만족 시키는 능력에 가만 있을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총리께서 서울에 오시면 대면이 이루어 지도록 해 드리겠소. 일본어나 좀 다듬어 두시오. 대화가 되어야 업적을 자랑할 수 있지 않겠소”
“아! 예 가일층 노력하겠습니다.”
법사는 총리와의 대면 약속에 감읍함을 숨기지 못했다.
김진일은 주전자에 정종을 데우기 시작했다.
햇볕을 배경으로 피어 오르는 김은 점점 두터워지면서 김진일을 야릇한 희열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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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해피해피 2024년 11월 02일 - 2:22 오후

흥미진진하네요! 다음 화가 너무 기대됩니다~

답글
중간자 2024년 11월 03일 - 1:11 오후

잘 보고 있습니다~ 다음 화 기다리고 있습니다!

답글
강기철 2024년 11월 04일 - 10:52 오전

아!! 저 주전자를 그냥 발로 밟아서 돼지 우리에 던져 주어야 하는 건데….. 술은 태초 이래로 양면성을 가지는 물질 중 하나 이지요. 인간을 인간 답게 해 주다 가도 어느 순간 인간을 지옥의 악귀가 되게 하는 아주 극명한 양면성,,,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이 마시면 술이 지만 술이 사람을 마시면 악귀가 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결코 그 마시는 양에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의 생각에는 글 속에서 이런 도구로 정종과 주전자를 사용하신 것에 대해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순간 입니다… 글을 다 읽기도 전에 다음 화가 기다려 집니다.

답글
지니 2024년 11월 06일 - 11:05 오전

사쿠라이 김진일 뭔가 의미심장하게 벌어질 것 같은 찻잔의 정종처럼 !!은밀한 일들이 서서히 장을 열생각이군요
기대됩니다.^^

답글
향기솔솔 2024년 11월 07일 - 2:57 오후

재밌네요
다음화는 어떤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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