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일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저 바람도 아마 열도에서 일어서는 기운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자신을 감싸고 있는 모든 환경이 이국 땅 같지가 않았다. 그만큼 마음으로는 미래 점령자로서의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반도는 언젠가 소멸의 위기감에 빠질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반도는 어쩔 수 없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쇠퇴하는 러시아는 선택의 가치도 없는 영역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감소~인구소멸로 나아가는 진도는 빠르며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김진일이 볼 때 반도의 지도자들이 내어 놓는 정책들이란 한심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입장은 반영하지 않고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개체를 늘리는 것으로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우습기 짝이 없다. 젊은 층에서 느낄 때는 ‘노예를 낳아줘’로만 와 닿는 정책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진일은 천만 다행한 일이라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었다. 만족감에 도취되어 있는 김진일의 귀에 괭이같은 연장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으로 다가가 마당을 내려다 보았다. 이씨가 나무를 심을 모양이었다. 잎이 촘촘한 측백나무 한 그루가 괭이질을 하는 옆에 놓여 있었다.
이층에서 내려다보아도 크기는 자그마하지만 모양은 불꽃 모양으로 제법 그럴듯하게 생겼다. 한 달 전쯤에 김진일이 혼잣말로 중얼거린 것을 듣고 있다가 어디서 구해 온 모양이었다. 본국의 자택에 담장으로 있는 측백나무가 가끔 보고 싶어 중얼거렸던 것이다.
사다리를 내려 1층으로 내려가 마당으로 나서면서 이씨에게 흡족함을 나타냈다.
“아이구, 귀한것을 구해왔네. 돈을 주고 사왔는가보네”
이씨는 김진일의 말보다도 흡족해하는 표정을 보고는 같이 환하게 웃었다.
“아닙니다. 옆집 젊은 사람이 수목원에 굴삭기 일을 도우러 갔다가 몇 그루 얻어 왔네요. 제가 전에 사장님 말씀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냥 얻어 왔습니다. 허허”
“그렇다면 그 젊은이한테 밥이라도 대접해야 되겠네”
김진일은 흙손의 이씨에게 주려던 오만원권 두 장을 1층 조리실에 있는 이씨 댁에게 쥐어 주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허리를 굽히며 고마워 했다. 생각지도 않은 용돈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몇 번 반복되니까 생각한 용돈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이제 깜짝 용돈을 주지 않으면 오히려 서운해 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김진일은 돈에 구애받을 일이 없으니, 돈을 이용해서 이씨를 통해 조선인의 심성을 요리조리 훑어 볼 심산이 깔려 있었다.
‘단일민족? 웃기지마라. 너희들은 그저 추위를 피해서 이동한 기후난민일 뿐이야. S대 박교수가 우리를 대신해서 정답을 가르쳐 줬잖아’
김진일은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솓구치는것을 느끼며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박교수에게 연구소의 손길이 뻗쳤는지는 알 길이 없었고, 알 필요도 또한 없었다. 그의 연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면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이 길고도 은밀한 작전에 이래저래 도움이 모여드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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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이야 글이 이렇게 가네요..^^! 아무리 천하에 몹쓸 놈이라도 제 3자 입장에서 보는 현 시국의 한국 소멸 시나리오는 차라리 내 나라의 위정자들 보다 훨씬 더 정곡을 찌르고 있는 것을 봅니다… 물론 그것을 바라보는 각도는 당장 처 죽여도 시원찮을 일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빠져드는 물질에 대한 갈구와 탐심 그로부터 탄생되는 악의 축에 부역하는 부역자들의 출발을 보는 듯 합니다… 물질을 탓 할 수는 없으나…. …. 마음 한 켠이 점점 복잡해 집니다…. 빨리 다음 화를 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야기가 점점 흥미진진해지네요^^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점점 잘 드러나서 몰입하게 돕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설정이 독특하고 흥미로워요 특히 한국인으로 가장한 김진일의 이중인격의 내적 외적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다음편도 기대되요~ 화이팁
대화가 자연스럽고 어떻게 급작스럽게 변할지가 궁금해집니다.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흥미진진하네요
벌써 6편이니 빠른 전개 부탁드립니다 ^^
주제가 깊이가 있고, 독자가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아져서 끝까지 일게 되네요 빠른 전개가 필요 할 듯요~
뜻밖의 암시적인 뭔가를 던져 놓아 주셔도 좋을 듯 합니다. ㅋ 아무튼 궁금해지네요^^
어느새 6편이 올라와 있었네요^^ 후다닥 읽고 댓글 남깁니다. 작가님 화이팀!!
음흉한 남주의 행태가 볼만하군요^^ 어디서 이런 발상을 하셨나요? 과연 그렇다고 한국이 소멸 될 것인지. 남주의 계략을 빨리 보고 싶네요 ~~ 잘 보고 있습니다. 7편은 언제?
김진일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바람은 일본에서 부는 바람은 없다는 것을… 북풍도 남풍도 서풍도 심지어 동풍 까지고….. 얼마나 미쳐 있으면 모든 것이 다 왜곡해서 보게 되는지…쯧쯧… 자기가 남자 인 것도 혹시 여자로 생각 한다거나 똥이 오줌으로 보인다 거나 하지는 않는지….. ^^!
아차차… 열도에서 오는게 있군요… 방사능 오염수…….
아차차… 열도에서 오는게 있긴 있군요… 방사능 오염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