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와의 전쟁, 그 현장을 가다

의성, 안동산불 [고령군 진화대 동행취재]

by 서상조
A+A-
리셋

고령군에서는 지난 겨울에 두건의 화목보일러 화재사건으로 가옥 두채가 전소 되고, 산불로 이어지는 일이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용접 작업에 관련된 산불도 두 건이나 발생했다. 그때마다 화재에 대한, 특히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될것이라고 명시한바가 있었다. 그런데도 안타깝게 경북 의성에서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고 말았다.
30명에 이르는 인명 피해와 현재로서는 추측도 불가능할 정도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그래서 뉴스 파이크는 고령군 산림녹지과 산림보호계 소속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동행하여 산불진화 현장을 취재했다.

진화차량 두대와 승합차 두대에 총 14명이 대기소를 출발했다. 3월 26일 오전 10시경이었다. 진화대원들은 긴장된 표정이라기 보다도 평소 산불을 대할 때가 그랬던지 비장한 모습으로 경광등을 켰다.
최대한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달리다가도 속도단속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는 순간 속도를 낮추기도 했다.
경광등에 불이 번쩍이고 ‘긴급출동’이라는 붉은 글씨가 큼직하게 쓰여진 진화차량이 단속카메라 앞에서 멈칫거리며 속도를 낮추는 모습은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운전자가 벌칙금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를 챌수 있었다.
어느듯 의성 나들목에 도착했을 때는 중앙고속도로의 차단 현장을 목격할수 있었다.
의성에서 안동으로 향하는 신국도로 방향을 잡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운전석 옆에서는 네비게이션을 켜고 단속카메라를 체크하여 운전자에게 계속해서 정보제공을 해주고 있었다.
‘긴급차량’이라는 글의 무의미함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약 10분만에 의성군의 중심부로 들어서면서 매캐한 냄새와 자욱한 연기가 차량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좌우를 살펴보니 산은 검고 들판의 하천둑까지 까맣게 탔다. 산 밑의 가옥은 물론이고, 들판 가운데에 있는 창고까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전후좌우에 더 이상 탈것은 없고, 잔해에서 연기만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처참한 광경을 지난지 30분이 지나도록 연기 자욱한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중식의 안내가 문자로 들어와 있었지만, 진화대원들은 목적지인 안동시 남선면사무소를 먼저 찾았다.
면소재지에 들어서자 불에 탄 파출소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어서 면사무소가 나타났다. 다행히 불에 타지는 않았고, 연기만 자욱했다. 공무원들은 그 두터운 연기 속에서 탈출을 포기한 포로가 된 듯하여 측은지심이 느껴졌다.


진화대원들이 안내 되어진 식당정보를 묻고 있는 사이에 면사무소 직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끊은 직원은 진화대원에게 마을에 불길이 다가오고 있으니, 식사전에 마을로 먼저 출동을 해주면 안되느냐고 사정하는 표정으로 부탁을 했다. 고령군의 진화대원들은 조장을 비롯하여 전원이 “밥이 문제가? 불이 문제지!”하면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출동했다.
주소지는 안동시 남선면 현내2리 였다.
현장에는 살수가 제한적인 소방차 한대와 현지의 산불 감시원 세명, 그리고 공무원 열명 정도가 동민과함께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고령군의 진화대는 몇년 전 합천에서 넘어온 불로 3단계 진화경험이 있는 팀이기에 즉각 진화 작전에 돌입했다. 진화차 한대는 마을 뒤쪽의 불타는 화선으로 최대한 진입을 한 다음 한조의 진화대원이 각각의 임무에 따라 호스를 전개하고 살수를 시작했다.
그리고 골짜기 옆 능선은 독가촌으로 불길이 향하고 있었다. 그쪽에도 나머지 진화차량을 진입 시킨뒤에 동일한 순서에 따라 즉각 살수로 화선을 제압해 나갔다. 호스전개가 길어짐에 따라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공무원들에게 호스 지원 방법을 숙지시켜 바로 협조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뒷 얘기지만 공무원들의 협조가 보기 드물게 능동적이어서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마을 뒤쪽의 화선을 제압한 진화대는 현지의 산불감시원 두명에게 현장 감시를 맡긴뒤에 다음 능선쪽에서 독가촌을 방어하기 위해 진화차를 이동했다. 그때는 소방차도 철수해야 된다고 해서 물을 자체공급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이동된 진화차에 마지막 물을 공급받은 진화대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했다. 진화차 한대는 물 공급차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마침 독가촌은 수도(또는 지하수)에 호스를 길게 연결해두고 있었다.
진화차량은 그 호스를 차량 수조로 연결하여 아쉬운대로 물의 감소 속도를 늦출수가 있었다.
집 주인과 그 친척들의 협조까지 받아, 그야말로 협업이 이루어졌다. 진화대원들은 주불이 잡히자 그제서야 배고픔을 느꼈다. 공무원 가운데 한사람을 시켜 김밥이라도 좀 가져오도록 면사무소로 연락을 부탁했다. 그로부터 30분이 지난뒤 김밥이 아닌 제대로 된 밥이 도착했다.
그때 시간은 오후 5시였다.
마침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강풍으로 위험하니까 즉시 철수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령군 진화대원들은 꿈쩍않고 약 1시간 동안에 불길을 마저 제압한 뒤에 호스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피해상황과 그에 따른 이재민의 슬픔, 그리고 고생하는 진화종사자들을 보면서 성묘객의 사소한 잘못이 너무나 뼈아프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화재 현장에서 철수한 다음날 출동했던 고령군 진화대원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고 했다.
철수명령이 있기전에 진화대로서는 계속 머무를 것으로 알고, 혹시 인근의 다른곳으로 이동했을 시에 긴급 요청용으로 준 전화번호가 연결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아이구, 어제는 잘 가싰니껴. 우리집은 덕분에 밤새 다른 불길도 없었고, 인자는 고마 마음놔도 되겠니더. 진짜로 고맙니데이”

이재민이 될뻔했던 주민으로서는 ‘고령군’이라는 지역명을 평생 잊지못할 것이며, 아마도 전쟁에서 승리한 병사의 무용담처럼 자랑하고 다닐것이다.

관련 뉴스

8 댓글

ms560 2025년 04월 02일 - 10:13 오전

고생 많으셨습니다

답글
사람친구 2025년 04월 02일 - 10:17 오전

힘든 상황이였겠네요!

답글
이종헌 2025년 04월 06일 - 10:58 오전

사항설명 리얼하게 귀에 속속 들어오네요.
참으로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기자님 화이팅!!!

답글
찐새임 2025년 04월 02일 - 10:17 오전

빠른 진화 감사합니다.

답글
shot7 2025년 04월 02일 - 10:18 오전

이번 화재 정말 무서웠습니다. 고생들 많으셨어요

답글
WindWhisper 2025년 04월 02일 - 10:19 오전

고령군 진화대원들! 자랑스럽습니다. 고생하셨어요

답글
ai처럼 2025년 04월 02일 - 10:19 오전

good!!!

답글
심전 2025년 04월 08일 - 8:24 오전

아쉬웠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답글

댓글을 남겨 주세요

발행소 : [40135]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쾌빈1길 7-1(헌문리) | 대표전화 : 010-6500-3115 | 사업자 : 뉴스파이크 | 제호 : 뉴스파이크
등록번호 : 경북 아00799 | 등록일 : 2024-07-22 | 발행일 : 2024-10-15
발행인 : 이길호 | 편집인 : 김복순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길호 | 청탁방지담당자 : 진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