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가에 황금빛 들판이 풍요로움을 자랑하듯 펼쳐져 있었다.
지진이나 해일같은 재해걱정없이 살아가는 반도의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이상스럽게 흔들렸다. 그것은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심리적 혼란인것 같기도 했다.
일상에서 자연에 대한 피해의식이 없으므로 반도인의 민족성이 느긋하게 길들여 졌을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김진일은 면소재지를 지나는 김에 지역의 주민 동향이나 살펴 볼 요량으로 다방에 들러 보기로 마음 먹었다. 일년에 한 두번 일부러 들러보지만 언제나 똑같은 분위기 였었다. 해가 바뀌고 나면 가게 주인이 바뀔 때가 더러 있었고, 또 하나 틀림없이 바뀌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다. 보수지역의 특성상 진보정당 출신의 대통령은 언제나 무자비하게 공격 당하고 있었다.
IMF를 극복하고 경제안정을 이룬 업적이 명백한데도 출신지역을 내세워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고, 힘 없는 자를 위하여 권력자의 칼이 되어있는 검찰을 개혁하고자 했던 대통령은 죽어서도 조롱거리가 되어 있었다.
딸랑거리는 종이 달려있는 여닫이 문을 밀고 들어가자 두어 번 본 적이 있는 여주인은 용케 알아보는 듯 인사를 했다.
가운데 제일 넓은 자리에는 농사를 짓는 듯한 중노인 다섯 명이 둘러앉아 있었다. 김진일은 그 자리와 가장 멀다 싶은 테이블에 천천히 앉았다.
다방 안을 둘러보는 척 하면서 사람들을 슬쩍 보았지만 안면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
여주인은 커피를 주문하는 김진일을 조금은 진지하게 바라보는 듯 하더니 금방 김이 모락 모락 올라오는 찻잔을 쟁반에 받쳐들고 나왔다.
혼자 오는 손님한테는 어떤 말로 요리를 해서라도 두 잔을 시켜 같이 먹는데 한잔을 가져온다는 것은 자신을 알아본다는 뜻이었다. 처음 왔을 때 부터 자신의 신분을 지키기 위해 배석을 거부하고, 그대신 한 잔만 먹어도 두 잔 값이 되도록 여유있게 값을 지불했기 때문이었다.
휴대폰을 만지는 척하며 사람들의 대화를 들었더니, 역시나 퇴임한 진보정당 출신의 대통령을 욕하고 있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구체적인 내용도 없었다. 그냥 막무가내로 감방에 가야한다느니 빨갱이라느니 나라 재산을 다 털어먹었다는 식으로 비방하고 있었다.
빨갱이라는 표현에는 김진일의 가슴에 꽉 차오르는 만족감이 있었다. 지금 국가기본문제연구소가 반도를 먹기 좋도록 삭여서 취하고자하는 근본 대책이자 전술이기 때문이었다. 창밖의 하늘이 눈 앞에까지 당겨져 보이는 듯 했다.
이들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은 자신들의 입맛에 너무나 맞아 떨어지는 것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수 년 전 자신들의 실패가 부끄럽게 떠올랐다. 진보정당 출신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 자존심 상하는 패배의 고배를 비참하게 들이켜야 했었다.
일본에 대해 저자세를 취하지 않고 자존심을 조금치도 굽히지 않는 반도의 대통령에게 골탕을 먹이기 위한 조치가 있었었다. 자신들이 소재와 부품 및 장비의 수출 제한으로 이 나라에서 제일 잘나가는 반도체의 생산에 타격을 주고자 했지만 그 당시 대통령이 섬세하고 단호한 대응을 함으로써 되치기를 당해버린 셈이었다.
그 당시 반도체 생산라인에 타격을 주기위해 수출을 규제했던 것이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및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핵심소재였었지만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를 시작으로 수입 다변화와 중소기업의 소재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을 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때 이 나라 대통령의 판단을 계기로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이 탄탄해지게 되었고, 그 후 UN으로 부터 선진국 인정이 발표되었으며 GDP까지도 열도를 앞지르게 되었었다.
그런데 기억속에 있는 패배의 쓴맛을 아이러니하게도 반도의 민심이 김진일에게 위안을 주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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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김진일의 야욕이 섬세하기 짝이 없네요!.. 어떤일을 벌이려고 동향과 동태를 살피는지.
주도면밀하군요. 언제쯤 김진일의 행동이 시작될까요? 너무 궁금합니다.
우악!! 9편이 드디어 나왔네요 나도 몰래 기다리는 이 기분? 작가님! 감사합니당. 헤헤 오늘은 품평 안하고 잃고 후딱 갑니다.
10편 어서 어서 올려주삼요 ㅋㅋ
IMF시절이 기억나네요. 나이가 들다 보니 그때의 금 모으기 운동도 하고 정말 힘든 시기였지요. 온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극복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둘로 갈라진 휴전선처럼 양극화 되어 있는 이 현실이 가슴이 아픕니다.
주인공 김진일 같은 맘을 가진 인간들이 있을진데…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주인장!!!
히야~~~ 9편이 짜잔!! 반갑네요!! 어쩌다보니 연재 소설이 궁금해 지긴. 오랜만입니다.!!
조금 더 김진일의 적극적인 행동이 빨리 나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뒤가 궁금해서 말이죠 ~~ 다음 편도 기대합니다.
먼저 읽고 가신 분들이 많으시네요!! 저는 들어오자 마자 하트 짠 하고 눌렀는데..
남주의 생각이 드러나겠지만 어쩌면 이루어 지지는 않겠지만, 소설인 만큼 전개를 빨리 보고 싶어요. ㅎㅎ
서작가님 화이팅!!
연재소설이 이런맛이 있었군요. 저도 모르게 들어왔어요 ㅎㅎ 10화 기대됩니다.
늘 그래왔던것 같다.. 가장 심각한 취약점은 외부가 아니라 언제나 내부에서 부터 터져 나왔고 그 중심에는 항상 외세를 등에 업은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들의 입김이 작용했었다…그것이 언제적 일이냐고 펄펄 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본인이 그렇게 주둥아리를 놀리고 있는데도 그들은 늘 그래왔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요즘 젊은 백골단 부터 젊은 꼰대 까지 나오는 현상을 되집어 보면 정치 성향마저 대물림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니 과연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는 것인가 생각하면 그 또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역사를 소홀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 말씀처럼 고대의 역사 뿐 아니라 전 근대 그리고 현대의 역사도 통열한 비판과 자기 반성을 동반한 굳건한 자긍심의 역사를 써 내려야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나쁜 놈 들 보다는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라는 말이 위로가 되는 아침이다…
연재소설! 잘 일고 가요^^
점점 재미있어 집니다
와우~ 점점 재미있어지는 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