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독립 기념관장 임명은 선생께서 100% 모두 다 한 것과 같소이다. 우리가 추진했던 일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오. 돗새치가 정어리를 잡아 먹을 때, 정어리 떼는 돗새치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공처럼 똘똘 뭉쳐서 움직이지요. 그러면 돗새치는 정어리 떼 속으로 들어가서 날카로운 주둥이로 흔들어 가까이 있는 정어리에게 상처를 내고는 잡아먹지요. 조선도 정어리 떼처럼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으로 똘똘 뭉쳐 있어서 내분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이번 일은 그런 점에서 대성공이었다고 볼 수 있지요. 복싱에서 잽을 날리듯이 계속 유사한 일을 펼쳐 나가면 그들은 둔감해지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정체성이 희미해 졌다가 사라지고 말 것이오”
김진일은 전쟁에서 커다란 승리를 거둔 듯이 목소리가 격앙되어 있었다.
“이놈의 나라가 빨갱이 손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처럼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애국 인사들이 의미 있는 자리에 안착을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전화를 받는 쪽도 목소리로 보거나 통화하는 스타일로 봐서 나이가 상당히 들어 보였다.
“선생께서는 도인의 반열에 오르신 분이니 누구보다도 강한 예지력을 지녔지 않습니까? 우리로서는 선생이 계시니 천군만마가 따로 없습니다”
“자랑 같지만 제가 누굽니까? 왕을 만든 사람 아닙니까 하하하”
“본 께서도 선생에 대해서 아주 깊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김진일은 전화를 끊은 뒤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작고 앙증맞게 생긴 스테인레스 주전자에 정종을 데웠다. 금새 주전자에서는 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김진일은 큰 일을 처리하고 나면 반드시 정종을 데워서 단무지와 한 잔을 마셨다. 성공에 대한 자축과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결의 인 셈이었다. 그리고 곱게 피어오르는 정종의 김이 반도에서 은밀히 진행하는 자신들의 대업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더욱 깊이 즐기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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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것은 저자께서 마치 최근의 이 나라에서 일어난 그 비극적이고 참담한 일을 빗대어 이야기를 하시는 듯 하여 더욱 몰입감이 좋습니다. 바로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이렇게 소설에서 다시 작품으로 피어나는 것을 직접 대면한다는 것이 더욱 설레이게 합니다. 좋은 글 감사 합니다.. 다음화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