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김진일은 다방에서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이 지역의 정치적 분위기가 한 쪽으로 편향된줄은 알았지만, 다수가 모인자리에서 한사람도 이견이 없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마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법칙이 작용한것 같았다. 그와 관련해서 김진일이 열도에 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안개비가 내리는 어느 날이었다. 작은 우산만큼 커다란 토란잎을 오래도록 본적이 있었는데 불을 보다가 ‘불멍’하는 것처럼 토란잎에 내리는 안개비를 보고 ‘멍’했으니, 비멍이라 할 수 있겠다. 그때 하나의 법칙같은 것을 느낀바가 있었다.
안개비에 의해 토란잎에 작은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면 그것이 서로 경쟁하듯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버티다가 한 순간 작은 두 개의 물방울이 하나로 합쳐져서 다른 물방울보다 커지고 급기야 굴러가기 시작하면 그 주위에 있는 작은 물방울들은 기다렸다는듯이 큰 물방울쪽으로 합쳐져 버리는 것이었다.
가끔 그 생각을 하면서 인간들의 합류본능을 토란잎 위의 물방울 법칙이라고 생각했었었다. 오늘 다방에서 몇 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이 지역의 정치적 몰림 현상을 보면서 그 원리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심리적 상황과 물리적 상황이 희한하게 같은 현상을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심리는 왕따에 대한 본능적인 기피심이 있을텐데,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편에 속해 버리고 마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정치적 소견보다는 이지역에서 아웃사이드로 내몰리기 싫기 때문일것이다.
생각이 그기까지 도달한 김진일은 아래층 공간을 지역 청년들의 의식 주입 교육장으로 활용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관리인을 이용하여 몇 사람만 데려올 수 있다면 그 다음은 그들 스스로 인원을 늘려나갈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약간의 돈만 투자하면 벌떼처럼 모여들것이라 자신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김진일은 9월 16일의 어긋남에 대해 오늘은 반드시 해결하고자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이 법사에게 철석같이 약속했던 열도 본국총리와의 대면이 실패했던 것이다. 그 일이 있었던 직후에는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지만 이제는 화가 누그러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연락의 필요성이 있는것이 ‘충성8000’과 연관된 계획을 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본좌의 통보도 있었던 터이다.
신호음이 서너번 울리면서 의외로 빨리 전화를 받았다. 대기 신호를 감안하면 즉시 받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사실인즉 김진일은 자기네들의 VIP를 지원하는 입장에서 별로 답답할 일이 없었다. 상대의 심리와 처해진 조건을 뻔히아는 입장인것이다.
“아이구! 도사님께서 많이 서운하셨죠? 경호하는 아이들이란 그저 융통성이 없어서 말이죠. 로비까지 가셨는데도 못만나다니, 제가 화가납디다그려. 그런데 이해를 해야 될 것이 2층 로비에서 유튜브놈들이 1층 로비를 계속해서 촬영하고 있었답니다. 도사님 뒷모습이 찍힌 것도 제가 확인했으니까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이해바랍니다. 대신에 곧 엄청난 작전 하나가 시작될텐데 중요한 역할 하나를 배정하겠습니다”
김진일은 달래기가 귀찮스러웠지만 대업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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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가슴에서 불을 내려 놓으면 식는 것은 아주 잠깐 일 것이다. 가슴이 식으면 그것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우리는 그것을 달리 부른다.. 김진일도 그러 했으리라… 그도 처음 태어나 어미 젖을 빨던 때는 그때는 말이다…. 오늘 내 가슴을 다시 내려다 본다… 끝까지 지켜야 할 불꽃 하나 아직 타고 있는지…. 고맙습니다.. 다음화가 빨리 기다려 집니다…
잘 보고 갑니다. 다음화 기대되네요.
요즘 어떤 인물이 생각나는…. 소설입니다. 작가님! 다음화도 부탁드립니다..
역주행으로 처음부터 읽어 내려갔습니다…. 김진일….으윽… 그의 야심이 궁금합니다. ㅎㅎ
이 연재소설 뭔가 끌어당김의 느낌이 있네요 단숨에 읽어 내려갔네요!! 다음화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