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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나무의
꽃다운 붉은 입술
하얀 가슴을 적시며
굽이치는 허리를 지나
누구도 본 적 없는
꼭꼭 묻어둔 마음을 적시며
비가 오누나
새벽의 뻣뻣한
주검 같은 육신 위로
흙 묻은 가슴을 씻기며
자꾸만 꼬꾸라지는
굽은 허리를 펴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이 질긴 고독
땀구멍 까지 막아버린
숨막히는 적막은
한 방울도 적시지
불에 기름을 붓듯
어둠만 활활 타올라
그 말갛던 달도
투명하던 별도 그을려
빗물도
빗 속을 나는 부엉이 울음도 숯검댕이다
꽃같은 입술
입술같은 꽃
오직 백일홍 나무만
기다리지 않는 7월로
붉은 피 흘리며
오래도록 비에 젖네

시인
청화 강기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