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자(32)

by 서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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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중근은 재경이와 태환이가 도착하기 무섭게 아침식사도 미룬채 원룸촌으로 향했다.
각자 차를 몰고가서 두대는 계획대로 배치를 하고 중근의 차로 돌아 올 생각이었다.
2km 남짓한 거리의 대학가 원룸촌에 세 사람은 각자의 차량으로 금방 도착했다. 최대한 머뭇거림을 피하려고 사전에 지정했던 장소에 차를 주차한 재경이와 태환이는 태연스레 골목을 되돌아 나왔다.
멀찍이 차를 주차한 중근은 되돌아 나오는 둘을 데리고 식당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아침식사를 해결 할 생각이었는데, 아침식사를 하는 곳이 없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가끔 밤낮없이 편하게 들러서 술을 한잔 씩 하던 선술집을 지나치면서 문을 열어 보았다. 아무 기대도 하지않았는데 의외로 문이 ‘스르르’하고 열렸다.
중근은 혹시 주인이 있으려나 싶어서 “아주머니!”하고 불러보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구석자리에서 “누가 이래 시끄러워”하면서 식탁에 엎드려 있던 허리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소주병이 여러개 놓여 있고, 목소리가 잠꼬대하듯이 웅얼거리는 것으로 보아 밤새 술을 먹고 있었던것 같았다. 허리를 일으키고 앉은채 돌아보는 그는 귀성이였다. 며칠째 연락도 없이 소식이 깜깜했었는데, 이곳에서 술에 찌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중근은 혀를 찼다.
“무슨 고민거리가 있어서 술을 이렇게 몸 상하도록 먹냐? 아주머니 보내고 밤새도록 이러고 있었구나. 네가 연락이 없길래 혼자 생각할 일이 생겼나보다하고 연락하고싶었는데도 일부러 참았네”
재경이와 태환이는 무슨 핀잔을 주고싶어도 선배인지라 말을 못하고 딴전을 피우고 있었다.
귀성은 반쯤 감긴 눈으로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형님, 여기 앉아서 제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야! 임마들아 너희들도 이리와서 앉아봐”
느닷없는 귀성의 성화에 재경이와 태환이는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옆 테이블에 앉았다. 중근은 귀성이가 속깊은 후배이기에 마주앉아 얼굴을 빤히 바라다보았다. 무슨 이야기라도 빨리 해보라는 표정이었다.
귀성이는 특유의 쑥스러운 표정으로 어리광을 부리듯 몸을 비틀면서 말을 꺼냈다.
“형님,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제가 엄청난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 중입니다요. 밤새 요놈들이 도망이라도 갈까봐서 여기 이렇게 죽치고 있는것 아닙니까요. 그런데 어차피 차는 못 움직여요. 제가 타이어 측면에 칼질을 해뒀거든요. 아마 10km쯤 가면 펑크가 날걸요. 아! 어차피 시동이 안걸릴걸니다. 잠겨있는 연료탱크를 만능키로 열어서 설탕을 몇홉 넣어 놓았거든요. 히히 잘했죠? 형님”
중근은 귀성이가 독단적으로 일처리를 잘하는 성격인것을 알면서도 며칠간 행불인줄로 잠시나마 오해를 했던것이 미안했다.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귀성이가 귀성이 다운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의 힘을 빌리기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한 발 앞서 탐색을 마치고 나름의 조치를 해 둔 상태였다. 그렇게 하고도 확보해 놓은 활어차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위해 식당 아주머니의 양해를 구하고 밤샘을 했던 것이다.
“형님, 그렇찮아도 윤곽이 잡히면 지원요청을 하려고 했습니다. 체력도 한계에 왔구요”
“그래, 수고했어. 그런데 제발 앞으로는 개별행동을 하지마라. 저놈들이 보통놈들이 아닌것이 분명해”
중근은 저들의 본체는 거대한 조직이란 예감이 점점 확신으로 다가오면서 귀성이에게 사정을 하듯이 주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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