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근은 골짜기를 한참 내려 와서야 마음이 안정되고, 그때 비로소 허기가 몰려왔다.
중근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거북했던것이 너무나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노인의 눈빛과 욱일기 문양이 떠오르자 다시 그 증세가 올 듯하여 머리를 흔들며 그 생각에서 한 발 멀어지고자 했다.
‘재일교포라? 일본땅에서 핍박받은 내 동포일텐데 욱일기 문양의 주전자라니. 그리고 내 몸은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지?’
어쩌면 아버지의 영향과 그것으로 인한 일본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중근이 태어난 날이 안중근의사의 순국일인 3월26일이라 아버지께서는 아들의 이름을 ‘중근’으로 지으셨다고 했었다. 그 뿐 아니라 일본의 만행을 중근에게 빠짐없이 들려 주시고, 특히 징용에 끌려 가셔서 죽을 뻔한 경험들을 세세히 들려주셨다. 그런 가운데서 중근에게는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본성화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중근은 어쩌면 자신이 안중근 의사와 평행이론의 지배를 받아 그 메카니즘속으로 빠져든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잠재되어 있던 거부적 에너지가 분출구를 찾은 마그마처럼 솓아 나오는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저 노인에게서 수상쩍은 느낌은 있었지만 설마하니 욱일기 문양이 있는 주전자를 귀하게 여기는 재일동포 출신이라니, 중근은 사기를 쳐서 다른사람에게 경제적으로 피해를 주고 숨어사는 정도려니 생각했었는데 너무도 엉뚱한 방향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어 버렸다.
이씨 선배와 후배들은 아무 눈치없이 잔치상인양 하고 떠들며 먹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자신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속아주는것이 중근이 앞으로 노인을 관찰하고 판단한데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중근은 집으로 돌아오기 바쁘게 라면을 끓였다. 마음이 편하니 푸짐한 상차림보다도 맛이 더 깔끔하고 나았다. 식은 밥을 말아서 잘 익은 김치와 먹으니 금상첨화였다. 부인이 서울의 딸아이들한테 가고 나서는 중근에게 주 메뉴였다.
미리 나와서 집으로 오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할 때 쯤 전화가 울렸다.
“중근아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모양이지?”
이씨 선배가 자리를 파할 요량으로 중근의 상황을 확인차 전화를 한것 같았다.
“예,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다시 올라가기는 어려울것 같네요. 맛있게 드시고 동생들 술은 너무 많이 주지마세요”
중근은 나중에 만나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기로 하고 처음 꾸며서 말한대로 적당히 둘러댔다.
이씨 선배는 술을 먹지않지만 후배들은 술 고래들이라 오늘은 더 이상 아무 일도 추진을 않기로했다.
커피를 준비해 두고 중근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온 몸이 현실을 벗어나는것 같이 붕 뜨는것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보니 지상에서 분리 되는것 같은 야릇한 느낌에 어지럼증을 느꼈다.
중근은 소파에 풀썩 주저앉으며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177
11 댓글
그래도 한 시라도 더 늦지 않게 진일의 본심을 파악한 듯 하여 제가 다 한숨이 나오면서도 앞으로 일을 생각하는 중근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어 참 답답합니다…도대체 평화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 합니다…. 진일의 생각대로 유혈사태 없이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이 평화인가?? 아니면 유혈사태를 감수 하고서라도 중근의 성품대로 일이 풀리는 것이 평화인가?? 그러나 지금까지 인류의 문명의 진화 과정을 보자면 한 나라가 다른 한 나라를 복속 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너무나 참담하고 비인간적인 모습들을 우리는 교육을 통해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본래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의 선량한 의지대로 흘러 가는 것이 가장 평화로운 것이 아닌가 합니다… 덕분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작금의 내외적으로 펼쳐지는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더 깊이 읽히는 글 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 음식으로 속이 메시꺼운게 아니였군요. 본능적이였어.. ㅎㅎ
김진일의 진짜 목적이 뭘까? 무섭네요
오 14화 드디어 !!!
연재소설코너가 있어 들어올 맛 납니다.
15화도 곧 올려주세요 !!
누군가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있어 이 나라가 지켜지고 있었던 거다…. 자부심!!!
작가님 !!! 소설이니 좀 더 치밀하고 사악하고. 스릴있고,, 그리고 김진일 밑이나 위나 허수아비나 비선실세 하나 넣어주시고.. 반전까지…. 써주세요 ㅋ
.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일테니….ㅎㅎ
소설 잘읽고 가요~~
연재소설 좋네요
도장 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