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짜기의 이층집에 불이 난후로 사람의 출입이 끊기다시피 했다. 중근은 멀리서 동태를 살피고는 달완이 할머니의 장례를 치러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달완이의 상태도 빠르게 좋아졌다.
우선 급한것은 달완이에게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설명하는 일이었다. 단순 통보하듯 하기에는 달완이가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수 있기 때문에 염두에 두고있는 멤버를 모아서 복수의 다짐을 겸하는 자리가 되도록 계획했다.
경찰서 서형사를 비롯해서 귀성이와 재경이, 그리고 태환이를 서형사의 퇴근시간에 맞추어 집에 모이도록 했다.
겨울로 접어드는 풍경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 무게를 이기지못해 땅속으로 침잠하는듯 했다. 중근의 마음도 가늠치못할 깊이로 빠져드는듯한 어지러움에 머리를 흔들었다.
중근은 거실에서 잠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사이에 짧아지는 해가 서녘으로 뉘엇이 넘어가고 후배들이 약속대로 속속 도착했다. 다함께 달완이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달완이는 몸이 조금 수척해보일 뿐 어느정도 건강이 회복된듯 했다.
벽에 기대어 누운듯이 앉아있다가 선배들이 들어가자 몸을 반듯이 하며 정좌를 했다.
“형님, 저는 죽어서 없어졌다가 다시 태어난겁니다. 제게 어떤일이 닥쳐도 놀랄일이 없습니다. 저를 형님댁에 두는것은 우리집에 무슨일이 있었던거죠? 할머니한테 연락도 안해주시는것은 지금 할머니가 안계시는거 맞죠?”
달완이가 눈도 마주치지않고 창문쪽을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말을 하는 동안에 중근을 비롯한 일행은 무슨 말을 꺼낼수가 없었다.
모두가 침묵으로 달완이 할머니의 상황을 나타내듯이 있을 때 중근은 차라리 잘됐다는 표정으로 나지막히 말을 꺼냈다.
“달완아, 네가 짐작하는것 같아서 차라리 얘기하기가 좋을듯도 하구나. 사실 할머니께서는 널 찾아서 밤낮을 가리지않고 들과 산을 헤매다시피 하시다가 실족으로 3m 높이의 도랑에 떨어지셔서 너무 많이 다치셨어. 병원으로 옮겼는데도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말았어. 우리 형들이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구나.
지금 병원 영안실에 모셔두었는데, 네가 회복되면 장례를 치르려고 마음먹고 있었어. 할머니를 편안하게 모셔드리고 달완이 너하고 형들이 같이서 할머니의 복수를 하자꾸나. 반드시! 반드시 말이다”
중근의 말을 듣고있던 달완이는 천천히 그리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형님, 복수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놈들에게 고통을 당하면서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싶었고, 심지어 파리채에 맞아죽는 파리가 부럽게 생각될 정도로 괴로웠습니다. 이 상태로는 할머니를 떠나보낼 면목도 없거니와, 저들이 다른 조치를 취해버리면 상황이 어려워집니다. 닭 쫓던 개가 지붕쳐다보는 꼴이 될수도 있습니다”
달완이의 말을 들은 중근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 맞아. 달완이 네 입장에서 할머니를 먼저 편안한곳으로 모시자고 한것이지 사실은 저놈들을 응징하는 것이 급선무야. 그것이 할머니의 뜻이기도 할거야. 달완이 네가 정확하게 판단을 한거야. 고맙다 달완아”
중근은 달완이가 대견스러워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중근은 달완이의 복수를 위한 작전을 세우기위해서 모두를 둘러앉혔다.
“제일먼저 해야 할일은 달완이가 감금됐던 건물을 찾는 일이야. 골짜기의 이층집은 이차적인 장소인것 같고 본부는 따로 있는것이 분명해. 달완이와 함께 대학가를 중심으로 찾아보자. 서형사는 당분간 가짜국정원 그놈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도록 해줘”
중근은 말을 마치기무섭게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막걸리를 꺼내왔다.
“내가 혼자 살림에 안주가 달리 없으니 김치하고 한잔하면서 작전 성공을 기원하도록 하자. 대접에다가 딱 한 잔씩만 하는거야”
중근은 막걸리를 들이키는순간에 재경이가 들고온 그놈의 정종주전자가 떠올랐다.
3 댓글
아! 기어이 고귀한 한 희생이 있게 되는군요…. 썩어 없어져야 할 것이 그렇게 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으면 암과 같이 되어 기어이 그 몸 전체를 망가뜨리듯이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사람 형상의 미물이 창궐을 하려는 그 순간의 과정을 보는 듯 합니다…. 삶은 살아 있을 때 아름다운 것입니다… 뜨거운 목숨들이 활활 횃불로 타올라 어둠을 훤히 밝히기를 바라 봅니다… 간만에 올라온 이야기라 목 마른 사람이 시원한 얼음 물을 마시듯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습니다.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요즘처럼 일본이 정신못차리는 신임 총리를 앞세워 도발을 하는 것을 보니 바다 건너 저들을 정말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기도 선량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인데 말이죠…. 일본이 미운 것이 아니라 나쁜 사람이 미운 것이지요.. 물론 생각없이 부화뇌동 한다면 나쁜 사람과 별반 다를 바는 없다고 생각도 됩니다… 조용하게 많은 생각들이 가을처럼 지나갑니다… 고맙습니다…
그렇네요… 정종의 술잔과 주전자 와 막걸리와 김치 확실한 대비로 느껴집니다…술 못하는 제가 저 자리에 있었어도 막걸리 외에 다른 좋은 술은 없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한판 붙겠네~